본문 바로가기
속편)/이런저런 요즘생각

새로운 길로 넘어가는 성장통― H사 미팅 이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26.01.21)

by 옆집회계사:이선생 2026. 1. 21.

제목: 새로운 길로 넘어가는 성장통― H사 미팅 이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26.01.21)

 

 

안녕하세요.

 

어제 저는 H사와 미팅을 하고 왔습니다.

 

2023년 하반기부터 교재작업을 시작하고 올해(2026년) 초에 학원가에서 시범강의에 이르기까지,

 

제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법인에서 6년간 근무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바빴던 시기였는데

 

결론적으로는 미팅의 결과 각자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다름을 느껴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고 결정했습니다.

 

오늘 글은 1월 20일에 있었던 학원 원장님과의 미팅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니 가볍게 읽어 주세요.

 

 

 

 

 H사 미팅에서 느낀 ‘어긋남’


어제 저는 H사와 미팅을 하였는데요, 원장, 팀장, 파트장과의 미팅 자리였습니다.

 

미팅자리에서 받은 제안은 CPA·CTA 강의가 아니라, 인강 형태의 FAT 또는 재경관리사 회계학 강의였습니다. 

 

그것도 장기 커리큘럼이 아닌 3~6개월짜리 단기 수험용 콘텐츠였습니다. 

 

제가 CPA·CTA 강의를 하고 싶다고 분명히 말씀드리자, 이미 강사가 있다는 이유와 함께 '그 시장은 학생들이 까다롭고 반응이 냉정해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악플, 기대 이하의 반응, 결국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는 강사들의 사례까지 함께요.

 

수익 배분 구조도 인강 기준 25%로 대부분의 수강이 인강에 집중된 현실을 고려하면 제 몫은 명확했습니다.

 

제본해 간 교재를 꺼냈을 때 잠시 달라진 그들의 눈빛이 오히려 저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설명하기 어려운 ‘쎄함’을 느꼈습니다.

 

 

 

 

보이지 않는 질서, 그리고 데뷔 효과

 

 

수험 시장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구분이 존재합니다. 

 

CPA·CTA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지적 권위와 신뢰가 핵심인 시장이기에, 이 시장에서 강사의 첫 등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데뷔 효과(Debut Effect) 때문입니다.

 

그런데 FAT나 재경관리사 강의로 먼저 이름을 알리는 순간 “CPA급이 안 되니 저기서 시작했겠지”라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를 저는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메이저 CPA 학원들이 신규 강사를 런칭할 때 ‘Big 4 현직’, ‘수석 합격’ 같은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첫 단추를 어디서 끼우느냐가, 이후 커리어의 방향을 거의 결정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백화점형 학원, 그리고 내가 거절한 이유

 

 

H사는 많은 자격증을 다루는 백화점형 학원에 가깝습니다.

 

강사는 스타가 아니라 콘텐츠 공급자에 가깝고 25%라는 배분율은 그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미팅 중 “강의 내용이 어렵다”, “조금 지루하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CPA·CTA 재무회계는 원래 어렵습니다.

 

특히 현금흐름표는 수험생들이 가장 고통받는 지점입니다.

 

그 내용을 이해시켰다면 그것은 어려운 강의가 아니라 본질을 전달한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재무회계는 쇼가 아니라 로직입니다.

 

웃기지 않아도 점수를 올려주는 강의라면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나 반드시 증명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강의하며 가장 반응이 좋았던 파트가 현금흐름표였기 때문에 그 말을 들었을 때 의도를 알아차렸고 그 말보다 지금까지 보아온 학생들의 눈빛을 믿었습니다.

 

무엇보다 FAT·재경관리사 인강을 시작하는 순간, 제 시간과 에너지는 그 시장에 맞춰 소모될 것임을 알기에

 

그렇게 알바처럼 시작한 일이 어느새 본업을 잠식할 것만 같은 미래의 모습은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7년 차 회계법인 짬바가 발휘된 순간, ‘쎄함’이 보내는 신호

 

 

쎄함은 과학이라고 하죠?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들이 나에게 외치는 강력한 신호가 '쎄함'이라고 합니다.

 

제본해 간 책을 꺼냈을 때 그들의 눈빛이 바뀐 이유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건 감동이나 존중이 아니라 수익성으로 잠깐 반짝인 눈빛임을 느꼈습니다.

책 네 권을 본 순간, 학원 입장에서는 계산이 섰을 겁니다. “이 강사는 이미 교재가 다 준비돼 있네. 우리가 투자하지 않아도 바로 인강을 찍어 팔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 말입니다.

흔히 말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한 선도 느껴졌습니다.

콘텐츠는 필요하지만, CPA·CTA라는 메인 리그는 내줄 생각이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고급 콘텐츠는 우리가 활용하되, 너는 메인 무대 근처까지는 오지 마.” 

 

이 지점에서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건 제 강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저를 어디에 배치해 쓰고 싶은지에 대한 판단이라는 것을요.

6년간 회계법인에서 버텨온 시간은 이런 순간에 힘을 발휘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 쎄함은 제 안의 모든 신경이 동시에 보내는 경고 신호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미팅은 저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경쟁할 사람인가?”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어보려 합니다.

아마 이 성장통은 그 답으로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